글쓰기 들어오면서 글분류를 '철학'으로 설정하니 좀 어색한 감도 있습니다.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몇 자 끄적거리는데 거창하게 철학을 논하는 글처럼 보일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.
오늘은 신축년 새해 원단.
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날에 밖을 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.
한 쪽 발로 서서 목을 뒤로 돌려 자기 목 뒷덜미 깃털 속에 자기 주둥이를 파뭍고 있는 물오리, 한 쪽 발을 들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마당의 강아지 모습입니다. 추운 날 밖에서 그런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면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복 받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.
추위와 더위를 피할 집이 있고, 추위와 더위를 피할 옷이 있고, 하루 세 끼 굶지 않을 만큼의 식량과 반찬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. 의식주의 양과 질은 제게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.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때가 되면 어차피 세상만물과 결별해야 하는 일시적 존재니까요.